삶은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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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2009. 4. 27. 14:13삶은여행 2024. 3. 13. 19:00
'마음의 앙금이 남아있는 줄은 몰랐다'고 거짓말을 늘어놓고 싶지만 내 마음엔 앙금이 남아있다는 걸 알고있었다는 걸 바로 인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고는 말할 수 있네요. 정말 그렇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언젠가 그네가 말했던 '7년전 여름, 수목원 가기 위해 동암역에서 오빠를 만날때처럼 낯설지는' 않길 바랬는 데, 그 때 어떻게 얼마나 낯설었는지는 전혀 기억이 없지만(미안하게도) 이번 만남 만큼 갑작스럽고 낯설지는 않았을 것이다고 생각해봅니다. 미안하게도 내가 그 여름 그 동암역을 기억하진 못하지만 아마도 그 여름보다 또 4년 전 동암역의 3월의 쌀쌀했던 새벽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것을 보면 기억은 나이먹는 것과 상관없이 그다지 공평하지 못한가 봅니다. 그날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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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옛 인연들을 만나다 - 5 2009. 4. 20. 17:18삶은여행 2024. 3. 12. 19:00
주안에 살고있는 이 친구부부도 지난번 장례식장에서 아주 오랫만에 만났고 그 뒤로 한번인가 저녁에 술먹다가 남편을 사별한지 얼마 안된 미장원하는 친구의 느닷없는 행동으로 함께 집을 물어 찾아가서 본적이 있는 친구입니다. 마침 일요일이고 해서 집에서 쉬고 있던 친구는 아침 일찍 일을 나가는데 내일하고 모레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듣고 마음 편하게 얘기를 나눌 수 있었지요. 덤프 운전을 하는 이 친구는 비가 와서 땅이 질면 속칭 '대마'가 나서 쉬니까 말이지요. 한가지 아쉬운건 이 두 친구가 모두 술은 전혀 마시지 않는 다는 건데, 나도 뭐 그닥 술을 먹고 싶은 마음은 아니었지요. 지난번 상 치렀던 친구는 그때는 반가와라 하더니만 상 치루고 나서 전화 한 통 없다는 둥, 걘 원래 그랬다는 둥, 이런저런 대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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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옛 인연들을 만나다 - 4 2009. 4. 20. 17:07삶은여행 2024. 3. 11. 19:00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그동안 어떻게 지냈냐고 안부를 주고 받고 있는데, 한쪽에 아기를 안은 아줌마가 눈에 익는 겁니다. 처음엔 헛것을 본것 같은데, 분명 맞네요. 얘기를 나누면서도 슬쩍슬쩍 곁눈질로 쳐다보니 맞긴 맞네요. 이런 생각이 갑자기 들었지요. 이 친구가 이 모임에 계속 나왔던가.... 그런줄 전혀 몰랐는데.. 알았으면 내가 안왔을까....... 아니, 이 친구는 미국에 있다고 했는데.... 언제 돌아왔나.... 돌아와서 나한테 연락을 안했나.... 하긴 나한테 뭐한다고 연락을 했겠나.... 결혼을 해서 애를 낳은 모양이구나..... 무어.. 일부러 외면하기도 애매하고 해서 가볍게 악수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곤 슬쩍 형들에게 물어보니 이 후배가 미국에가서 미국사람과 결혼을 해서 살았다고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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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옛 인연들을 만나다 - 3 2009. 4. 20. 16:56삶은여행 2024. 3. 8. 19:00
일요일 아침 일찍 새벽밥을 먹고 다시 고속도로를 달리고 달려서 인천에 돌아오니 오전 10시가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예전에 함께 활동하던 형중에 수사신부가 되어 그 수도회 후원회를 만들어 후원회 미사를 오후 3시에 한다고 이 형들이 함께 가자고 했는데 2시에 일산에서 새일(?) 관련된 약속이 잡혀있어서 힘들 듯 해서,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일일이 전화를 하여 약속을 12시 30분으로 변경하고 참석하기로 맘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째 조금 꺼림찍하더니 뜻밖의 상황이 다가오더군요. 점심 먹고 회의를 하고 나니 오후 3시를 훌쩍 넘겨서 몸도 피곤하여 그냥 집에 갈까 하다가 함께 있던 김대리가 차로 태워다 주어서 후원회를 갔더니 아직 미사중이었습니다. 오랜만에 간 성당이고 해서 미사 중에 들어가기도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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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옛 인연들을 만나다 - 2 2009. 4. 20. 16:44삶은여행 2024. 3. 7. 19:00
오랫만에 만나서 뙤약볕아래서 하루종일 사과를 어루만지고 저녁엔 술자리에서 회포를 풀었지요. 자리가 자리이다 보니, 예전에 내가 농사지을때 얘기가 나와서 한참을 즐겁게 웃고 떠들었답니다. 웃었던 얘기가 내가 농사지으면서 고생하고, 개미들한테 골탕먹던 아주 속쓰린 얘기들이었지만 세월이 지나고나니 남들에겐 아주 유쾌한 웃음거리가 되네요. 그렇게 웃고 나서도 난 조금 마음이 씁쓸하더라구요. 생고생하던 때가 생각도 나고, 왜 떠나왔는가 생각도 들고 하면서 말이지요. 농장주인 아버님의 말씀을 듣는데 그동안 내가 도시에서 돈좀 벌어서 시골로 내려가서 농사지으면 노후를 보내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되돌아 보게 되더군요. 은퇴하면 60세. 땅사고 집짓고, 농사일에 적응하고 손에 익히는데 10년. 그러고 나니 조금 자리 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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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옛 인연들을 만나다 - 1 2009. 4. 20. 16:04삶은여행 2024. 3. 6. 19:00
지난 금요일 밤에 봉화로 출발하여 토요일 하루를 시골농장에서 사과 가지 모양 잡아주기 일을 하고 왔습니다. 조금 멀더군요. 노는 토요일도 아니라서 월차 휴가까지 내고 따라나섰습니다. 농장주는 함께 간 형님의 아버님이신데 정년퇴직 3년전에 무턱대고 사과 과수원을 사놓고, 정년퇴직하자마자 내려가서 농사를 지은지 벌써 10년이라고 하네요. 정말 맛있는 사과라고 합니다. 많은 생각을 다 접어놓고 사과 가지의 어깨(?) 모양 잡아주기에 열중한 하루였네요.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내가 그 나이에 무엇을 할까하고 생각하게 해주네요. 마흔. 시간은 정말 총알같이 지나가네요. 농장 정규직이라고 하면서 4명의 형들과 함께 갔지요. 이중 형들 3명이 동네 성당 1년 선배형들인데, 아주 우애가 남다른 친구들이지요. 제가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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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먹을 만큼 먹었다. 2009. 1. 5. 0:25삶은여행 2024. 3. 5. 19:00
2009년 새해를 태백산 천제단에서 일출을 맞으며 맞이했다. 내가 살아온 사십평생(정말 40년이네 휴!)에 가장 인상 깊었던 일출이었다. 해가 똥그랬다. 아주 똥그란 해를 볼 수 있었다. 그러곤 몸이 무척 가벼워져서 돌아왔는데, 감기에 걸렸다. 동네 돌아와서 추운 길에서 사람기다리느라 10여분 넘게 서있다가 몸이 으슬 으슬 떨리더니........ 생각해 본다. 2009년 꾸준히 안좋았던 인연은 조금 정리하고 새롭게 나아가야 할 듯 하다. 한개를 마쳤다. 졸업. 방송대. 이제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