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회 실무자로 활동을 하면서 만난 오래된 지인이자 생협 실무자 형님이 있다. 인천에 단위 생협에서 일을 시작해서 전국연합회의 전무까지 올라간 분이다. 몇년 전 급작스런 지도부의 정권교체로 은퇴를 하게되었다. 잠시 당황하며 고민을 나와 함께 나누는 도중에 사단법인 임원의 도움으로 몽골 지역개발 매니저로 취업을 하였다. 코이카 국제협력 업무(ODA)를 위탁받아서 수행하는 역할이다.
그 형님 덕에 나도 추석연휴를 틈타서 몽골 야행을 할 수 있었다. 울란바토르에서 돌아온 후 코이카 국제봉사단에 대해 관심이 일어났다. 오래전부터 나중에 여유가 되면 봉사를 하고 싶다는 다분히 감성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 즈음 장례식장에서 만난 형수님 한 분이 태국에서 봉사활동 중에 시부모상으로 일시 귀국을 하여 코이카 관련된 이야기를 짧은 시간 나눌수 있었다.
그간 일과 생계를 핑계로 미루어 두었던 봉사를 가보고 싶은 맘이 생겨났다. 그래서 코이카 봉사단 홈페이지에서 모집 공고를 찾아보았더니 그뒤로 메일과 문자로 공지를 받게 되었다. 그러다가 코로나가 발생하니 모집 연령이 50세미만으로 제한 되었다는 공지를 받고 모집대상에 제한이 걸린 채로 2년이 흘러갔다. 올해초에 잠깐 확진자가 줄면서 상반기 두 번째 모집에서 연령 제한이 60세로 늦춰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대선 결과에 왠지모를 실망감을 가지고 있던차에 모집공고가 올라오자 바로 지원을 하였다.
일단 모집 분야는 그동안 내 밥줄이 되어준 컴퓨터 교육으로 선택했다. 컴퓨터 교육도 디자인과 일반으로 나눠서 모집하는 데 난 디자인은 꽝손이라 못하니 캄퓨터교육(일반)으로 지원서를 작성하여 신청했다. 마지막 회사 퇴사 후 오랫만에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며 내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네가 살아온 궤적들을 증명해 줄 서류들을 모아서 첨부하여 제출하였다. 며칠 후 발표날에 서류전형 합격 통지와 면접 준비 공지를 동시에 받았다. 바로 며칠뒤 토요일에 서울 양재 면접장에 가서 약간의 긴장감으로 면접을 보고 교통비도 받고 왔다. 면접 합격 공지와 동시에 신체검사 통지를 받고 지정된 검진센터에서 정밀 신체검사를 받았다. 한 달여 지나서 신체검사 결과가 나온 후 최종 합격자 발표와 파견국도 함께 알려주었다. 그동안 과정들과 조금 다르게 이날은 조금 기뻤다.
국제협력 봉사단 지원을 하는 과정을 밟으면서 새로운 많은 것을 느끼는 좋은 시간이었다. 합격 여부를 떠나서 내게는 그 과정 자체도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1인 자영업자의 삶을 이어오면서 반복되는 일상 업무와 유튜브시청으로 시간을 보내던 생활에 새로운 활력이 되어주었다. 내 삶의 자취를 정리하여 보면서 담백하게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더불어 남들은 돈들여서 하는 정밀 건강 검진으로 내 몸의 상태를 속속들이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이제 최종합격했으니 교육(온라인, 국내합숙교육, 현지 적응 교육)을 마치면 파견이다. 지금 영월 교육장을 가는 버스안에서 이글을 적는다. 방역문제로 외출 외박이 없는 3주 교육에 조금은 불편한 미음도 살짝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려고 맘을 다잡으며 버스에서 한 잠 청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