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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로여행, 코카서스 3국 - 아르매니아 에체미아진(Etchmiadzin)
    세계여행 2024. 2. 22.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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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매니아에서 이틀째 날이 밝았습니다. 어제 새벽에 도착해서인지 마치 삼일째인 듯 한 느낌입니다. 예레반에 머므르기보다는 다른 도시를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푸드코트에서 아침을 먹고 버스를 타고 이동을 했습니다.

     
     
     
     
     

    장례미사가 열리는 작은 성당 마당에 앉아

    아르메니아의 작은 마을 에체미아진(Etchmiadzin)에 와서 유명한 정교회 교회를 갔다가 근처 관공서 앞 자판기에서 커피 한 잔을 얻어 마셨다. 처음 보는 낯선 여행자에게 선뜻 따뜻한 커피를 뽑아준 이에게 감사를 하는 맘을 가지고 근처에 바로 옆 가톨릭 성당에 왔다.

    작고 아담하고 오래된 성당 마당엔 사람들이 모여서 서성이고 있었고, 성당안에서는 장례미사가 거행되는 중이었다. 성당 입구엔 화환들이 줄지어 서있고, 성당 안보다는 밖에 더 많은 사람들이 담화를 나누고 있다.

    햇살은 따뜻하고 덥지 않은 아주 좋은 가을날에 하늘 나라로 떠나는 고인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빌어 본다.

    내가 아주 긴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어닌 지 생각이 들었다. 일 년의 네팔 생활과 지금의 여행이 마치 꿈과 같이 느껴진다. 배탈 한 번 나지 않고 흔하다는 설사 한 번 하지 않고 무사히 지나온 네팔에서의 1년이 벌써 아득하다. 튀르키예에서 5번의 비행기를 타고 밤차를 타고 이동했던 것도 꿈만 같고, 풍선을 타고 날고 낙하산을 지고 공중에 떠있었던 것도 꿈같다. 모두 내가 하지않을 선택들이고 비현실적인 기억들이다.

    이스탄불에서 여행을 마치고 비행기로 아르메니아로 와서 육로로 아제르바이잔, 조지아를 가는 것으로 계획을 했었다. 이스탄불 떠나기 하루 전에 잘못된 계획임을 알게 되었다. 두 나라는 최근까지 전쟁을 하였고 그래서 육로는 막혀있다. 뭐에 씌였는 지, 난 그런 불가능한 계획을 세웠었다. 하룻 밤에 모든 여정은 변경되었고 아제르바이잔 바쿠로 비행기로 들어와서 서로 사이가 좋은 조지아를 기차로 가려고 했다. 이번엔 다 끝난 줄 알았던 코로나 재유행으로 기차도 모두 금지되어서 바쿠역에서 빈손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조지아 트빌리시로 가는 비행기를 탔는 데 옆 자리에 우연히 단 한 명의 한국인 탑승객과 동행하게 되었다. 한 눈에 내 옷에 코이카 글짜를 알아보고 먼저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는 데 엄청 반가왔다. 마침 비자 연장을 위해 강제로 하루 여행을 나오게 된 세종학당 한국어 선생님이었다. 한 시간 남짓의 짧은 바행시간 동안 내내 쉬지 않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올 수 있어서 즐거웠다. 세종학당 유일한 비 기독교인이라는 그 선생님의 아제르바이잔에서의 생활에도 축복이 있길 빈다.

    조지아는 바람이 매우 센 곳으로 기억에 남는다. 머리가 산발이 될 정도로 센 바람이 종일 불었다. 음식이 맛있다는 곳이지만 유명한 계란 반숙에 치즈 빵(하차푸리), 육즙 가득한 고기만두(힌깔리), 치즈가 안에 꽉 찬 둥근 달같은 빵 등은 아주 맛있지는 않았다. 마지막날에 간 한식당(서울)에서 먹은 제육볶음과 음식이 맛있어서 추가로 주문했던 잡채가 조지아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으로 기억된다.

    코카서스 삼국 중에 마지막인 아르매니아는 기차를 타고 육로로 올 수 있었다. 미친듯이 불어대는 역 광장의 사나운 바람을 피해 트빌리시 역사 안에서 세 시간을 졸며 기다려서 8시에 기차에 올랐다. 침대에서 자고 있는 데, 갑자기 환해지며 깨워서 밖에 나가 줄서서 잠결에 출국 심사를 하고 여권에 출국 도장을 받았다. 한 시간 후에 다시 입국 심사는 다행이도 찾아오는 서비스로 객실 안에서 도장을 받을 수 있었다. 그 사이 기차는 국경을 넘었고 시각은 막 자정을 지나 날짜가 바뀌어 있었다. 출국 스탬프는 10월 9일이고 입국 스탬프는 10일이다. 다시 잠을 청하고 한 번도 깨지 않고 역무원이 새벽에 깨워서 일어나니 기차는 이미 예레반에 도착하고 있었다.

    예레반의 새벽 공기는 찼다. 조지아처럼 춥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다행이도 아르매니아는 춥지 않았다. 바람이 심하게 불지 않아서 그런 듯 하다. 해발고도는 아르매니아가 조지아보다 훨씬 높다. 그래도 카트만두 보다는 낮다.

    아직 잠이 덜 깬 나는 예레반 기차역사 안에서 해가 뜨고 온기가 돌기를 기다렸다. 친절한 택시 기사들이 어디로 갈거냐고 물으며 제안을 하였지만 사실 난 어디로 갈 것인지 모른다. 그냥 왔을 뿐이기에 가고 싶은 곳도 없고, 숙소도 2시 이후에 체크인이라서 굳이 지금 택시로 갈 이유도 없다. 조지아에서 먹다 남겨 들고 온 보름달 치즈 가득한 빵을 뜯으며 시간을 보냈다. 하나 둘 씩 같이 기차들 타고 온 사람들이 흩어지고 나서 나도 길을 찾아 일어섰다. 새로운 나라에 도착하면 환전과 인터넷을 해결해야 움직일 수 있다. 역사 밖 지하에 24시간 환전소가 있어서 소액의 달러를 환전하고 지하철(메트로)를 이용해서 시내 중심인 공화국 광장역으로 이동했다. 환전 후 처음으로 100드람이니 300원을 썼다. 공화국 광장에서 걸어서 시내를 걷다가 지하에 쇼핑몰에 앉아서 무료 와이파이를 잡고 온라인으로 이것 저것 정리하느라 하염없이 있었다. 옆애는 젊은 남녀 아이들이 커피를 마시며 재잘 재잘 거리고 있었다. 이 나라부터는 심카드를 안사고 국내 휴대폰으로 해외 로밍을 이용해보려다가 엄청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결국 하지 못했다. 마이 케이티앱은 정말 안좋다.

    정신차리고 슥소로 걸어가보았다. 아직 이른 시각이라서 체크인은 안되고 가방만 맡기고 나왔다. 천천히 시내를 걸어서 돌아보고 랜드마크인 캐스캐이드를 갔다가 와서 쇼핑몰 푸드코트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슥소에 체크인하고 샤워를 하고 잠시 눈을 붙인 후 다시 나와서 시내에서 저녁에 분수 조명쑈까지 구경하고 들어왔다. 첫날 저녁은 홀로 샤와르마를 사와서 숙소 부엌에서 먹는 데 러시아 숙박객 미하일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공통의 관심사인 자전거가 있고, 영어가 있어서 여행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미하일이 세반 호수를 말해주어서 자고 일어나서 그곳을 가려고 북부터미널가는 버스를 운전 기사에게 물어서 탔는 데 엉뚱한 다른 터미널에 내려주었다. 터미널 식당에서 돼지고기 바베큐 둘둘말이(Shawarma)를 하나 사먹고 그곳에서 출발하는 버스 노선에 맞추어 행선지를 변경해서 온 곳이 이곳 에체미

    아진(Etchmiadzin)이다. 우여 곡절이 있었지만 정말 잘왔다.

    조금 전 장례미사가 끝이나고 모두들 마지막 길을 떠나는 분을 환송하고 묘지나 집으로 가고 있다. 고인의 상체가 들어난 관이 성당에서 운구가 되어 나와 운구차로 이동하는 모습이 많이 낯설다. 나도 이제 이 벤치에서 일어나서 다음 장소로 이동하여야 겠다. 아직도 꿈만 같은 이 여행이 계속 이어지길 100드람에 산 초에 불을 붙여 세우며 기원해본다. 남은 기간 건강하게 무사히 마칠 수 있게 해주세요.

     
     
     
     

     

    예체미아진에서 보낸 하루가 마음도 편하고 아름다운 하루였다. 이곳은 사도교회(Armenian Apostolic Church)의 본거지가 있는 곳이다. 사도교회는 동방정교회와 로마가톨릭 서방교회가 미묘하게 섞여있는 형태이다.

    이곳에 성직자들을 양성하는 신학교(대학교)가 위치하고 있다.

     
     
     
     
     

    에체미아진에서 예레반으로 돌아오는 길에 버스를 타고 가다가 유명한 즈바르트노트 유적지를 방문하였다. 조금 썰렁한 곳이긴 하지만 유적지가 잘 보존되어 있었다. 원래의 모습은 그림으로만 있고 일부만 남아있었지만 황량한 풍경과 어울리는 유적이였다. 정문에서 버스를 내려서 입장료를 내고 입장하면 된다.

     
     
     

    즈바르트노트 유적지

    하루의 여행을 잘 마치고 다시 버스를 이용해서 예레반에 돌아와서 숙소에 간단한 음식을 사들고 가서 샤워하고 맛나게 먹으며 아르매니아 여행을 마무리 하였다. 이날 체크인을 한 슬로바키아에서 온 두 친구들과 포도에 와인과 독주를 한 잔 하면서 재밌는 얘기를 나누었다.

     
     
     
     

    다음날은 아침 일찍 비행기를 타고 다음 여행지인 몰도바로 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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