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팔에서 1년 - 택배(퀵)받는 이야기, 500루피 사기인가 아닌가해외생활 2024. 8. 13. 10:00반응형
외국에서 택시를 이용한다는 것은 아주 정신적으로 피곤한 일이었었습니다. 택시를 타고 목적지에 가서 미터기에 나오는 요금을 내면 단순한데 많은 경우 목적지까지 요금을 흥정을 하고 타고 가서 요금을 내는 방식인데 쉽지가 않았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흥정을 이미 했음에도 더 많은 요금을 요구하거나 거스름돈을 주지 않는 경우도 허다했었지요. 또는 원하는 목적지에 제대로 가지 않는 경우도 많았고, 제대로 된 길로 가는지도 알 수가 없었습니다. 큰 돈이 아니라도 아주 정신적으로 피곤하고 피폐해지는 일이 었습니다. 요즘에 베트남과 같은 동남아에 가면 오토바이와 택시를 이용하기 쉬운 Grab이라는 앱이 있어서 편하게 이용했습니다. 미리 가격을 알 수 있고 기사 정보도 다 제공이 되며, 이동하는 길도 미리 다 파악이 되니 정말 일상생활에 크게 도움이 되는 기술이라 하겠습니다. 제일 좋은 점은 흥정을 하지 않아도 되어 시간도 절약되고 요금도 저렴해 졌습니다.
네팔에서도 몇 해전부터 파타오라는 앱이 등장하면서 택시 뿐 만 아니라 오토바이 택시도 이용하기 편리하게 되었습니다. 작년에는 경쟁 앱인 인드라이브가 서비스 되면서 미리 가격을 흥정할 수도 있는 기능까지 추가 되었습니다. 요금은 경쟁이 있는 만큼 더 저렴해지고 있습니다. 일단 기사의 정보가 나오고 평점이 다 나와서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면이 외국인에게는 큰 장점입니다.
사람만이 아니고 화물을 배송하는 서비스도 이곳에 도입되었습니다. 이 번에 처음으로 택배를 받아 보았습니다. 셀파 동생이 아내에게 부탁해서 김치를 담구어서 택배로 보내주었습니다. 택배를 받을 때도 집에 주소들이 없기 때문에 배송기사와 전화를 하면서 위치를 알려주어야 합니다. 택시도 마찬가지 지만 앱에 구글 맵이 있어서 이미 위치 정보가 다 뜨지만 이곳 기사들은 꼭 전화를 해서 물어보면서 옵니다. 밤에 기사의 전화를 받고 기다렸다가 오토바이로 온 김치를 받았습니다.
김치를 받기 전에 기사가 휴대폰에 배터리가 얼마 안 남았다고 하면서 앱을 켜서 500루피라 적힌 화면을 보여 줍니다. 그러곤 곧바로 휴대폰이 꺼졌습니다. 이 상황이 약간 어색하기도 하고 내가 보우다까지 오토바이 택시를 타도 200루피 정도이고 택시를 타도 500루피정도인데 이 가벼운 김치가 500루피라는 것이 의심이 되었습니다. 바로 셀파 동생 전화로 전화를 하고 김치 잘 받았고 고맙다고 하니, 지금 바깥인데 바쁘다고 나중에 통화하자고 해서 일단 전화를 끊고 500루피를 주어서 보냈습니다. 배송 기사는 그거 아주 싼 거라고 네팔말로 하면서 갔습니다. 저도 그냥 이해를 하자하고 집에 들어와서 김치를 통에 담아서 냉장고에 잘 넣었습니다.
다음날 직장에 출근해서 점심을 먹을 때 동료들에게 어젯밤에 있던 일을 얘기하고 택배비가 500루피가 맞는지 물어보았습니다. 동료가 500루피는 스캠(사기)같다고 합니다. 그 정도 거리의 택배면 기껏해야 100루피 ~ 200루피이고 아무리 비싸도 300루피를 넘지 않는다고 하면서 아마도 사기 당한 것 같다고 하네요. 그래서 저는 배송기사의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서 항의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습니다. 하긴 네팔에서만 사용하는 제 핸드폰으로 전화가 온다는 것 자체가 낯선 일이지요.택배 배송회사 고객센터라고 합니다. "무슨 문제가 있었나요?"라고 영어로 물어봅니다. 그래서 어젯밤 일어난 일을 얘기해 주고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고객센터 직원은 문제가 없다고 하면서 500루피는 배송비가 아니고 발송자인 셀파가 받아오라고 한 것이랍니다. 배송비는 261루피인데 발송자가 선불로 지불했다고 합니다. 저는 이상해서 정확히 맞는 거냐고 되물으니 맞다고 합니다. 직장 동료에게 전화를 바꿔주고 나서 설명을 들었는 데 제가 이해한 것도 동일하고 사기가 아니라고 하네요. 직장 동료는 네 네팔인 친구 셀파가 김치값을 받은 것 같다고 합니다. 500루피 김치라고 하네요.오후에 셀파 동생이 전화를 해와서 어젯밤에 바빠서 전화를 길게 통화 못했다고 죄송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괜찮다고 하고, 오해가 있었는 데 고객센터에서 전화와서 풀렸다고 했지요. 그랬더니 이번엔 이 동생이 화를 내면서 그거 사기라고 합니다. 화물비도 다 주고 보내서 받으시기만 하면 되는 데, 중간에 기사가 500루피를 사기 친거 같다고 하네요. 배송회사랑 통화를 하고 돈을 돌려주라고 하겠다고 합니다.상황이 이렇게 되니 아리송해졌습니다. 어떻게 되어 가는 것인지 모르겠더군요. 잠시 후 동생에게 전화가 와서 본인이 택배 신청을 할때 앱에 "How much" 항목이 있길래 화물 내용물 가격이 얼마냐고 묻는 거라고 생각해서 500루피를 적었답니다. 그런데, 그 돈을 받아오라는 뜻이 아니었다고 배송회사보고 그 돈을 돌려주라고 했다네요. 그래서 제가 이해가 되었으니 일단 그 돈은 동생이 받으라고 했습니다.다시 배송회사 고객센터에서 전화가 와서 500루피를 송금해 줄테니 제 계좌 번호를 알려달라고 합니다. 제가 외국인이고 내 통장이 달러통장이라서 루피 송금이 안된다고 말하니 Sewa(온라인 결제서비스)가 있냐고 물어서 없다고 했습니다. 일단 그 돈은 발송자에게 전달하고 내가 만나서 받겠다고 하고 정리하였습니다.친절한 악동들
이 과정을 겪으면서 느낀 점은 여기서 생활하다 보면 정확한 정보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 데, 그것을 외국인이 아닌 네팔인들도 잘 모른 다는 것이었습니다.일상 생활에서의 정보가 많지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버스 노선이나 시간이 어느 곳에도 공개된 것이 없어요. 버스에 번호조차도 없습니다. 그냥 버스 앞면이나 옆면에 붙여놓은 네팔어 행선지 지명들을 보고 타거나, 차장이 빠르게 말하는 행선지를 듣고 타야 합니다. 버스 시간도 그냥 마냥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일부 앱이나 웹페이지에 공개된 각종 생활 정보도 정확하지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판단을 주관적으로 해서 잘못 알려주는 경우가 있습니다.이사하고 얼마 안되었을 때 셀파 여동생의 아들이 집에 왔었습니다. 아빠를 기다리느라고 월드컵 경기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집에 새로 산 냉장고를 열어보고는 온도 설정이 잘못 되어 있다면서 변경을 해주더라구요. 근데 다음날 보니 냉동실에 음식이 모두 녹아있어서 버려야 했습니다. 조카가 온도를 잘못 설정해 놓고 간 것이지요. 한국제품인 삼성 냉장고이니 제가 더 잘 알 수도 있는 데, 굳이 친절하게 잘못 설정을 해놓았네요. 이 날 아빠에게 집 위치를 알려주고 오토바이로 오는 데 2시간을 허비하기도 했습니다. 두 네팔 부자간에 전화로도 여러번 대화를 해서 위치를 설명하였는 데도 잘 소통이 되지를 않더라구요. 결국엔 아빠가 그냥 집에 갈테니 파타오 앱으로 택시를 따로 부르라고 할 정도로 시간이 흘렀을 때 제가 창문을 열고 밖에 손전등을 비추어서 올 수 있었습니다. 길과 관련해서 이런 비슷한 경우를 종종 봅니다. 분명 구글맵에 정확히 위치를 찍어서 보내고 알려주어도 못 찾아오거나 못가는 경우도 많아요. 택시를 부를때도 내 위치가 구글맵에 뜨는 데도 기사가 못오는 경우도 몇 번 있었습니다. 전화를 해서 내가 서있는 곳의 장소(선다라 모모 식당)를 말하면 안다고 합니다. 그 앞에 서있다고 말하면 금방 온다고 하고서는 결국 안와서 전화를 다시해서 물으면 아까 안다고 했던 그 유명한 식당을 모르면서 안다고 했던 것이더라구요. 자기가 추측한 엉뚱한 곳에 가있어요. 구글맵을 보고 그리로 와도 되는 데, 그게 어려운 모양입니다.지난번 냉장고 살 때도 그랬고, 이번 택배비 문제도 그렇고 부정확한 정보들과 임의의 판단들이 불편을 주네요. 물론 다 선의에 의한 것들이고 사기가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참 순진한 사람들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반응형'해외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네팔에서 1년 - 네팔 성당 이야기 (0) 2024.08.15 네팔에서 1년 - 환송회와 수돗물 이야기, 콩나물 시루 (0) 2024.08.14 네팔에서 1년 - 수건들이 사라졌어요. (0) 2024.08.12 네팔에서 1년 - 빨래이야기, 빨래판이 아니고.. (1) 2024.08.11 네팔에서 1년 - 냉장고 장만하는 이야기 (0) 2024.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