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의 임기를 한국으로 귀국하는 단원 환송 모임을 하러 카트만두 시내에 나갔습니다. 토요일이라서 쉬는 날인데 아침에 빨래를 해야 해서 서둘러 일어났습니다. 빨래를 하는 도중에 물이 끊겼습니다. 건물에 6집이 다 빨래를 하니 물탱크에 물이 부족한가 봅니다.
네팔은 수돗물 사정이 매우 안 좋습니다. 히말라야 산이 많아서 물은 풍부합니다. 하지만 그 물을 공급하는 수리시설이 많이 부족합니다. 최근 들어서 산속에서 물을 끌어다가 카투만두 시내 일부에 공급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지역은 그나마 물사정이 좋은 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물이 먹을 수 있는 물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시골은 물론이구요, 카투만두 시내에도 지하수를 펌프로 퍼 올려서 옥상에 물탱크에 저장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집이 많고 사람이 많이 사는 시내에서는 물이 부족한 상황이 많습니다. 그래서 물차로 한 탱크씩 물을 사서 옥상으로 올려서 사용하는 집이 많습니다.
제가 사는 시골은 지하수를 이용하는 데 시내보다는 낫지만 물사정이 좋지않습니다. 특히 건기에는 물이 양도 적지만 질이 아주 낮아집니다. 수도를 틀면 누런 물이 나오기도 합니다. 식수로는 사용이 불가하고 세척용으로 사용합니다.
일부 히말라야에서 공급하는 수도를 이용하는 가정은 그나마 물이 없어서 걱정은 아닌데요. 그렇다고 해서 식수로는 사용을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네팔 가정은 생수(자르)를 사서 밥을 짓거나 식수로 사용을 합니다. 물이 맑아도 식수로 쓰지 못하는 이유는 물에 석회성분이 많아서 입니다. 안나푸르나 지역이나 에베레스트 지역에 가면 수량이 풍부한 물이 계곡에 가득 흐릅니다. 실크 리버라고 불러요. 물 색이 하얗게 보여서 그렇게 부르는 데, 그 색이 바로 석회 성분들의 포말입니다. 이런 면에서 한국은 물에 대해서는 축복을 받은 나라라고 생각이 듭니다. 샤워를 수돗물로 바로 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심지어 수돗물을 마실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행복입니다.
빨래 헹구다 말고 집 근처 도자기 공장에 가서 질그릇을 삽니다. 엊그제 퇴근하다가 콩나물 기를 그릇을 찾다가 발견한 공장입니다. 플라스틱 그릇보다 더 싸게 샀어요. 50루피니까 500원에 산 거지요.
마침 모임이라서 다른 분들께 물어보고 추가로 구입하러 갔습니다. 공장에 가니 똑같은 것은 없다고 하네요. 비슷한 것들로 4개를 더 찾아내어 구입했습니다. 각각 모양은 조금씩 다른 4개입니다. 가격은 엊그제 2배를 부르네요.
질그릇 사서 공장에서 돌아오니 물이 다시 나오네요. 하던 빨래를 마저 헹구어서 옥상에 널어 놓고 외출 준비를 합니다. 한국에서 가져온 한우사골팩(당신의 부엌) 사람수대로 5개씩 챙겨서 가져갑니다. 이제 해가 바뀌면 떡국이나 만둣국 끓여 먹을때 사용하라고 주려고 가져갑니다.
이번엔 버스를 타고 가보려고 생각하여 일찍 출발합니다. 버스 정류장에서 한 참을 서성이다가가 버스에 올라 탔습니다. 사람이 가득한 버스에 차장은 계속 빠른 소리로 사람들을 모아서 버스에 자꾸 자꾸 태웁니다. 앉을 생각도 없었지만 자리도 없어서 서서 갔습니다. 적당히 공항가기 전 삼거리에서 사람들을 헤치고 20루피를 차장 손에 쥐어주고 내렸습니다. 가방에 그릇 깨질까봐 걱정하면서 내렸는 데 다행히도 무사합니다. 지도앱을 보니 약속장소까지 차량으로는 가까운 곳인데 걸어서 1시간 1분 걸린다고 하네요. 시간 여유도 있으니 걸어서 가기로 합니다. 처음 가는 길을 걷는 것은 아주 기분이 좋은 일입니다. 여유롭게 한 참을 걸어서 가다 보니 갑자기 아는 길이 나옵니다. 2개월간 매일 출퇴근했던 길입니다. 그 길로 걸어가는 길에 은행ATM에서 루피도 찾았습니다. 약속시간에 맞춰 도착하여 즐거운 식사를 하고, 서로 미루어두었던 얘기도 나누었습니다. 준비한 선물을 주고 환송 행사를 마무리 하고 바로 터멜(여행자거리)로 갑니다. 첫 번째로 산 질그릇은 떠나는 사람 선물로 주고 2개는 제가 콩나물 기르는 데 쓰고 2개는 나눔하였습니다.
네 명이 4월 쯔음에 랑탕히말 트래킹을 가기로 하여 등산화를 구입하기 위해서 터멜로 택시를 타고 이동하였습니다. 택시비는 300루피 정도가 나왔네요.
오랫 만에 터멜에서 이곳 저곳 등산용품점들을 돌며 각자 필요한 것들을 구입하였습니다. 물건을 사기 위해 흥정을 해야 하는 데, 정말 이건 제가 잘 못하는 일입니다. 한 두 분의 단원들이 적극적으로 흥정을 하여 처음 부른 가격의 절반까지는 아니지만 꽤 많은 가격을 깍아서 사더군요. 이게 참 어려운 점입니다. 처음부터 적정 가격을 불렀으면 이렇게까지 힘들고 시간들여 가며 흥정을 하지 않아도 될 텐데 말입니다. 저는 맘에 드는 것이 없어서 다음으로 미루고 사지 않았습니다. 저는 구경만 잘했어요. 특이한 것은 한국 배추(차이니즈 번다)를 그 번잡한 곳에서 팔고 있네요. 오히려 다른 곳에서는 구경하기 힘든 배추인데 말입니다.
기분 좋게 구경 잘하고 같은 지역에 사는 분의 택시를 얻어 타고 아침에 버스 탔던 정류장에 내려서 귀가를 했습니다.
귀가 후에 아침에 질그릇 사러 갈 때 우연히 만난 집 앞 스텐그릇 공장 인도 사람이 오후 6시에 오라고 해서 가보았는 데, 오라고 한 사람은 보이지 않고 분위기가 어수선해서 집으로 돌아와 막 해 놓았던 콩밥에 저녁을 먹고 쉬었습니다.
다음날은 일요일이지만 네팔은 평일이라서 동네 은행에 가서 집세를 송금하고 왔습니다. 이 은행 다른 지점(풀촉지점)에서 이미 송금을 해보았기에 가벼운 맘으로 가서 IPS 송금을 의뢰하였습니다. 아침인데도 은행엔 사람들이 많네요. 이 송금도 8번 밖에 안남았네요.